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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변화 못따라가 길잃은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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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성의전화
댓글 0건 조회 5,184회 작성일 04-07-1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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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변화 못따라가 길잃은 가장

◈ 가정서 내몰리는 아버지

미국의 남성심리학자 D 로즈킹마는 ‘우리가 몰랐던 남성들’이라는 책에서 “후기 자본주의 시대 남성들은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것도 앞으로 내뻗은 한 쪽 발은 바나나 껍질을 밟고 있다”고 썼다. 내디딘 앞발에 힘을 주는 그 순간, 어이없이 넘어질 수밖에 없는 이 위태로운 숲 중 하나가 바로 가정이다. 특히 부모들에게서, 학교에서, 또 사회에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세례를 받으며 자라온 40대 남성들은 변화를 정확하게 감지하기도 전에, 준비없이 가족 해체와 변화라는 위기 앞에 혼란스러워하며 서있다.

◈아버지의 죽음〓한 영화평론가는 ‘이제 우리사회에서 더이상 죽일 아버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40대 남성들의 가정 위기는 곳곳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통계청의 지난해 이혼통계를 보면 하루 458쌍이 이혼하는데, 가장 많이 이혼하는 사람은 결혼 11.4년째인 41.3세 남성과 37.9세 여성이다. 가정법률상담소의 지난해 상담통계에서도 이혼 상담이 가장 높은 연령이 40대였고 ◈‘남성의 전화’에 상담하는 40대 남성의 70% 이상이 가정문제 때문이다.

◈ 남성의전화 이옥 대표는 “여성의 맞벌이, 여성의 다양한 삶에 대한 기대치 상승, 남성의 느린 의식변화 속도 등이 맞물려 특별한 문제없이 성실하게 살아온 40대 남성이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가족으로부터 내몰림을 당했다고 울음 섞인 호소를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인의 불륜, 부인의 가출, 부인의 이혼요구, 부인의 폭력, 장모와 사위의 갈등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돈과 경제’가 갈수록 핵심적인 원인이 되면서 남성이 해고를 당하거나, 경제적 능력을 잃는 순간 이혼을 요구받는 경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에서 가족들로〓가정법률상담소의 최근 이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부인의 30%는 남편의 가부장적인 태도를, 남편의 30%이상은 가족의 해체를 이혼 이유로 꼽았다. 현실의 문제를 보는 남성과 여성간의 인식의 차는 여전히 큰 상태라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40대 남성의 가정위기는 부부의 개인적 인식차를 넘어서는 근대산업사회의 산물인 ‘혈연중심의 핵가족’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벌어지는 탈근대의 변화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여성운동 동인 ‘또하나의 문화’는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자녀들의 교육은 공·사교육 시장이 가져갔고, 피임법의 발달로 성관계는 아이를 낳기 위해 결혼한 부부의 국한된 행동이 아닌지 오래됐고, 인공수정도 가능해졌다. 각종 사이트들은 애인을 찾아주고 포르노로 성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면서 전통적으로 가족이 맡아온 성욕 충족의 기능도 밖으로 빼돌렸다.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혼자 즐겁게 살 수 있고, 하이테크 기자재와 서비스 업자들은 사람들에게 고립된 섬으로 자족하며 살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결국 사랑하는 남녀가 성관계를 맺고 아기를 낳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은 어려워졌고 이제는 전형적인 가족은 없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면서 종류의 차이가 있을 뿐이란 것이다.

◈스스로 갑옷을 벗어라〓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모임’의 창립 회장이자 ‘남성학 연구회장’인 정채기(강원관광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제 문제는 가족구성원들이 어떻게 변화에 적응하느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여성들이 이에 상당히 빨리 적응하고 있는데 비해 남성들은 변화속도가 느리고, 남성중에서도 순발력을 보이고 있는 20, 30대와 달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도 없었고, 자상함을 키울 기회도 없었던 40대부터는 변화가 쉽지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실 ‘아버지의 위기’는 전세계적인 고민으로 1996년에는 세계 40여개국의 관련장관들이 모여, 아버지의 위기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결국 현재까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국내 남성계와 여성계 모두 제안하는 해결책은 새로운 가족 관계를 위한 재훈련과 교육이다.

정 교수는 “모델이 없는 이 시대에 40대 남성들은 현대적 가족의 개척적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근대이후 남성이 입었던 무거운 갑옷을 스스로 기꺼이 벗고 이전에 자연스럽게 안다고 생각했던 부부관계, 자녀관계 등을 정식으로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각종 사회단체에 마련된 가족관계 프로그램에 남성들이 부인, 혹은 자녀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권했고, 정부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기사 - 게재 일자 2004/06/28 >    최현미기자 chm@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