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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꿈꾸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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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성의전화
댓글 0건 조회 7,507회 작성일 04-05-0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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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이중생활’ 꿈꾸는 여자들

몸 따로 마음 따로 …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이다?

bb11.jpg‘외도’ 남성 전유물서 여성도 ‘보편적인 일’로 진행중 … 가부장적 결혼제도 의미 퇴색, 부부학 다시 써야 할 판

여기 연애중인 남녀 한 쌍이 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계산적인 여자는 대학 시간강사라는 ‘시시한’ 직업의 남자를 버리고 의사와 선을 봐 결혼하려 한다. 남자가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묻자 여자는 대답한다. “난 자신 있어, 절대로 (애인을) 들키지 않을 자신.” 정말로 이 여자는 결혼 후에도 애인과 남편을 오가는 이중생활을 한다. 주중에는 남편을 위해 갈치조림을 만들다가 주말이면 애인의 허름한 옥탑방에서 함께 이불을 빨고 콩나물국을 끓이는 여자. 그녀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 “남들보다 조금 바쁠 뿐”이라고 말한다.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내용이다. 여주인공 연희의 행동은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영화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사회에 참석한 여성의 44%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현실적 캐릭터’라고 응답했다. 사랑보다 조건을 택해 결혼하는 연희의 행동이야 그렇다 쳐도, 애인과의 ‘이중생활’이 납득할 만한 ‘현실적’ 캐릭터라고?

하지만 많은 경우 현실은 영화보다 더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는 “이곳을 찾는 여성의 대다수는 조건 좋은 남자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여자는 남자의 직업과 성격, 가정환경 순으로 중요하다고 말하고 남자는 여자의 외모, 성격, 가정환경 순으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조건’이지요. 조건 대 조건의 교환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요즘 결혼 세태가 그런 것 아닌가요?”

일산에 사는 사립 명문대 졸업반 권모씨(22). 최근 2년간 만나던 서클 선배와의 관계를 정리한 권씨는 주말마다 집안에서 소개해 주는 사람과 맞선을 보고 있다. “사랑만 보고 결혼하면 오히려 이혼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조건을 맞춰 결혼하면 이혼도 거의 안 한다고 해요. 결혼은 집에서 소개해 주는 사람과 해야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맞선 상대는 변호사, 사법연수원생 등 법조계 인사들. “집안에 의사가 많기 때문에 부모님이 사위는 법관을 맞기 원한다”는 설명이 따른다.

“요즘 여성들은 솔직하게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객관적인 조건이 아주 좋은 남성이라면 성격이 까다롭다든지, 바람기가 있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막상 자기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예상 못하는지, 아니면 조건만 좋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런 말을 해도 아가씨들은 별로 신경 안 씁니다.” 한 베테랑 커플매니저는 “솔직히 사랑만 좇아 결혼하는 여성들이 요즘에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솔직히 사랑만 좇아 결혼하는 여성 있나요”

bb12.jpg 미혼 여성들이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처럼 결혼과 사랑에 대한 이중적 가치관을 ‘일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기혼 여성들도 비슷한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바로 결혼과 애인을 따로따로 관리하는 ‘이중생활’이다. 중년 부부의 맞바람이 주제인 TV 드라마 ‘위기의 남자’가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부들에게 큰 화제를 불러모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과거 외도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데 비해 최근 외도는 남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는 점이다. 전체 외도 비율로 따지면 아직 적지만 아내의 외도로 갈등을 겪는 가정의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하루에 20여통씩 아내의 외도로 고민하는 남성의 상담 전화를 받는다”면서 “전체 상담건수의 70% 정도가 아내의 외도와 그에 따른 가출로 고민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맞벌이 부부인 일산 화정동의 조모씨(33)는 새로 옮긴 직장에서 만난 상사와 그만 불륜관계에 빠졌다.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남편에 비해 자상하게 자신을 챙겨주는 상사와 감정적으로 친해지다가 선을 넘고 만 것. 조씨는 아이를 볼 때마다 죄책감으로 괴롭지만, 자신을 ‘끔찍하게 사랑해 주는’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도 쉽지 않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조씨처럼 죄책감을 느끼거나 관계를 끊고 싶어하는 경우는 그나마 정상적인 축에 속할지도 모른다.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한 나이트클럽. 룸에 앉으려면 적어도 저녁 7시 전에는 도착해야 할 만큼 인기 있는 클럽이다. 웨이터가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쉴새없이 남녀를 짝지어주는 모습은 ‘물 좋은’ 여타 나이트클럽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 나이트클럽의 고객은 주로 30대 이상의 기혼 남녀들이다. 기혼자들간의 만남인 만큼 서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20분 만에 클럽 문을 나서기도 한다. 이 나이트클럽을 자주 찾는 한 남성은 “이런 커플의 절반 정도는 성관계를 맺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사랑만 받으려는 어린애 같은 여성 많아졌다”

인천에 사는 김모씨(34)는 친구의 생일파티를 위해 이곳을 찾은 기혼 여성이다. 결혼한 지 6년째인 그는 부킹으로 만난 남성에게 “권태기다. 의사인 남편과의 성관계에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김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차모씨는 남편이 사업을 하고 본인도 직장을 가져 여유 있는 가정을 꾸리고 있다. 차씨는 남편과의 관계에 불만이 없지만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은 호기심에 자꾸 이곳을 찾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나는 한 남자로만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나 차씨의 경우처럼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육아에서도 해방된 여성들이 애인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이제 놀랄 만한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 별문제 없어 보이는 이들의 생활은 정서적으로 심각한 균열이 가 있는 상태다. “남편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평일에는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주말이면 골프 모임에 나가요. 아이들도 다 커서 자기 일로 바쁘고…. 사는 게 너무 무료해서 어느 날 친구들에게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자기 애인의 친구를 소개해 주더군요.” 분당에 사는 이모씨(41)는 ‘내가 애인을 찾게 된 것은 결국 남편이 무심했기 때문이다’며 자신의 외도를 합리화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이씨처럼 친구의 소개를 거치거나 인터넷 채팅, 동창회 사이트를 통해 마음에 맞는 남성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터넷이 불륜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남성의 전화’가 99년 하반기부터 2001년 상반기까지의 상담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건수 1167건 중 아내의 인터넷 채팅으로 가정불화가 야기되었다는 내용이 190건으로 전체의 16.3%를 차지했다. 이중 44.2%는 ‘아내가 채팅 끝에 불륜으로 빠졌다’고 호소했다.

김정일정신과의 김정일 원장은 “과거에 비해 외도를 하고 있거나 외도를 꿈꾸는 기혼 여성의 수가 확실히 늘어났다”며 “나이가 들고 아내, 어머니가 되어도 모성을 발휘하는 성숙함을 갖기보다는 사랑만 받고 싶어하는 어린애 같은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IMF사태 이후로 두드러진 여성의 사회활동이 결국 외도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을 잃은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나선 윤모씨(42). 40대가 될 때까지 전업주부로만 지냈던 윤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식당의 허드렛일이나 노래방에서 손님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주는 일밖에 없었다. 그러나 밤늦게까지 술 취한 남자들에게 시달리다 지쳐 집으로 돌아오면 가사일과 불만에 찬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왜 술을 마셨느냐, 돈 못 벌어 온다고 괄시하는 거냐’면서 윤씨를 괴롭혔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윤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닌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시달리다 못한 윤씨는 정말로 노래방에서 만난 남자와 사귀게 되었고 새로운 애인을 따라 가출하고 말았다.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의 양정자 원장은 “이런 경우, 표면적 이유는 경제적 문제지만, 사실 문제는 변화하지 않은 남녀의 의식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활동에서는 이미 남녀의 구분이 없어졌는데도 여전히 전통적 성역할을 고수하려는 남편의 의식이 마침내 외도와 가출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까지 초래한다는 것. 애인과 결혼관계 양쪽 모두 유지하려는 중산층 여성들에 비해 빈곤층 여성들은 불륜이 곧 가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결혼관계가 혜택이 아니라 자신이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남편들은 어떻게 처신할까? ■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우리에게 상담을 의뢰한 사람만으로 한정짓는다면, 아내의 외도를 알고도 가정을 지키려고 애쓰는 남편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외도 사실을 추궁하는 남편에게 “어쩌다 나가서 스트레스 풀고 오는 건데 왜 나무라느냐”고 말하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애인이 있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도 있다.

30대 초반의 문모씨(서울 영등포구)는 결혼 2년 만에 동갑내기 아내에게서 ‘이혼하자’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아내는 스스럼없이 ‘애인이 있다’고 밝히면서 ‘당신과 함께 있으면 재미없지만, 애인은 나를 재미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씨는 ‘이혼할 수 없다’며 아내에게 매달리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남편과의 관계는 외형적으로만 유지하고 혼외관계를 통해 남편에게서 얻지 못했던 정서적 만족감을 얻는 기혼 여성들의 사례를 가끔 만난다”면서 “부부관계가 이미 소멸된 후에도 형식적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결혼제도가 본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은 서구 사회를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결혼제도만은 종래의 가부장적인 틀 안에 묶여 있는 것이다.

“사랑은 정열 외에 친밀감과 의지까지 포괄”

bb13.jpg 케이블TV에서 ‘부부 성클리닉’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최창호 박사(심리학)는 “외도에 대해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졌다기보다는 최근 들어 기회가 많아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즉 과거에는 부부 사이의 욕구불만을 해소할 기회가 없었다면,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활동, 인터넷 등 남편 외의 남성을 만날 기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그만큼 외도에 빠질 위험도 커졌다는 것.

“매스컴이 자주 이 문제를 다루고 TV 드라마도 기혼자의 애인을 오히려 아름다운 로맨스처럼 그립니다. 이 때문에 외도에 대한 죄의식이 덜어지고 무감각해지게 되죠.”

흔히 ‘남녀간의 사랑은 길어야 3년’이라고 한다. 사실 성호르몬에 의해 생겨나는 성적 욕구는 동일한 상대에 대해 3년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은 결혼 후 6개월이 지나면 아내에 대한 성적 매력을 잃기 시작한다.

그러나 과연 사랑이라는 것이 순전히 육체적인 탐닉과 정열만의 문제일까? “사랑은 정열 외에 친밀감과 의지까지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최창호 박사는 이야기한다. 결혼에 이르게 되는 사랑이 정열적인 사랑이라면, 부부는 나이가 들면서 동반자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동반자적인 사랑에 이르지 못한 부부는 서로에게 권태를 느끼고 외부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 애쓴다. 기혼 여성의 ‘애인’은 거의가 기혼 남성이다. 어느 한쪽에 책임을 묻기 이전에 남녀는 이미 모두 불륜의 늪에 빠져 있는 셈이다.

애정보다는 조건을 좇아 결혼하고, 결혼 후에는 새로운 애인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 이들은 과연 무엇 때문에 결혼을 택한 것일까. ‘이중생활의 피곤함에 지쳐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의 사례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한 정신과 의사는 ‘본인 스스로를 위해 좋은 조건보다는 건강한 정신을 지닌 사람과 결혼하라. 그리고 결혼한 후에는 성숙한 사람답게 자신의 책임을 지키라’고 너무도 쉬운 충고로 말을 맺었다.

< 전원경 기자 > / < 구미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