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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사춘기 40代 "방황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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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성의전화
댓글 0건 조회 7,822회 작성일 04-04-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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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여성-현장속으로]정신과의사 정혜신의 감성퍼포먼스 공연 

'봄 햇살이 너무 따사로워 회사를 가지 않고 무작정 교외로 나간 40대 남성의 심리는?' '무난하던 남편이 갑자기 신경질적이 되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된 이유는?' 이런 이야기를 대나무와 부대끼는 바람과 새소리가 들리는 언덕위의 집에서 차 한잔을 하면서 나눌 수 있다면? 오래된 카세트와 등나무로 만든 의자, 그리고 진한 고동색 피아노도 함께 말이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씨는 남성, 특히 40대 이상 남성들의 감성을 대변해주는 특별한 콘서트(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21∼30일)를 열고 있다. '정혜신의 감성콘서트-남자들'이란 주제의 이 공연은 음악이 곁들여졌긴 하지만 그간 상담사례를 모아 이야기 형식으로 꾸민 '감성 보고서'에 가깝다.

◆살의 가득한 아내, 우울해지는 40대 남성=콘서트는 어느 해병대 훈련 장면과 남성들의 군대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일상에서도 극단적 잣대를 적용하는 남성의 속성은 어쩌면 군대, 그것도 공수부대식 속성과도 통한다고 말한다. 실직당한 어느 남성이 있었다. 전문직의 부인이 경제활동을 담당하고 남자는 집안일을 했다. 남자는 적응을 잘했다. 저녁상을 보고 부인을 기다리다 부인이 회식이 있어서 밥을 먹고 오면 속상할 정도로. 그러나 남자는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인과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거죽만 잘 적응하고 있었을 뿐 의식 한편에서는 역할 바뀜에 대한 스트레스가 작용한 탓이다. 결국 공수부대에서 평화유지군체제로 바뀌었다 싶었는데 뼛속 깊이 각인된 인식의 틀을 깰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정씨는 그러나 40이 넘어가면서 이런 굳건한 인식의 틀에 틈이 생긴다고 말한다. 어느날 갑자기 불쑥 자식들에게 의미 있는 아빠가 되고 싶어진다. 아이들 책상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는다. '당신같이 돈 없고 나이 들고 배나온 남자를 누가 좋아할까'하는 아내의 말에 문득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 슬픈 드라마를 보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진다. '남성이 일생에 세 번 운다지만 요즘 남자들은 네 번 운다. 아내가 잠자리에서 비아그라를 손에 쥐어줄 때'란 우스갯소리도 가슴에 와 닿는다.


◆새로운 상대에 강렬한 느낌을 받는 40대=부쩍 예민해지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러한 독특한 변화는 우연히 만나는 새로운 상대에게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온 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 심정적으로 절박한 중년 남성의 외도가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취적이던 예전과 달리 과거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심리적 퇴행 현상이다. 자고 있는 자신을 깨워 삶은 닭은 먹이고 다음날 아침 고기 없는 닭국을 먹던 어머니 생각에 목이 멘다. 본가에 가서 자신의 부모한테 잘하는 부인이 너무 예뻐 보여 돌아오는 차안에서 불현듯 성욕이 생기기도 한다. 정씨는 이것은 정서적이고 고유한 부분을 남이 알아주었을 때 느끼는 '정신적 오르가슴'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정씨는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틀면서 설명을 잇는다. "가수 김광석씨의 노래가 남성의 감정을 나타내는 원형이라고 생각해요. 약간의 애수와 쓸쓸한 느낌이 담겨있죠."


남성이 무의식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감성이 싹트는 것은 중년부터다. 다만 감정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나는 것이 문제다. 남성이 인식의 틀을 깨고 감성적으로 된다는 것 자체가 괴로움을 수반한다는 정씨는 "제2의 사춘기라고 생각하고 지켜보아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한 "마흔이 되던 해 가슴앓이를 너무 심하게 했으나 내 인생에서 마흔 전은 전생이었던 것 같고 그 이후가 진짜 삶이었다"는 어느 명사의 고백을 전한다. "어느날 누군가가 나도 모르는 유산 100억원을 가지고 찾아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40대가 바로 생각지도 않았던 그 유산입니다. 선물을 잘 쓰셨으면 좋겠어요."


◆전문가 진단=공연의 주인공인 정혜신씨는 10년동안 각종 기업체에서 남성의 삶에 대한 강의를 하고 워크숍에서 발표를 도맡아왔다. 이번 공연은 단선적인 강의와 워크숍에서 탈피해 정서적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그의 막연한 꿈이 이뤄진 것. "남성이 40대가 되면 감성적이 된다"는 그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자신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혼과 외도가 유난히 많은 남성 40대. 심리적 변화와 맞물려 쭉쭉 뻗어나가던 30대와 달리 자신의 유한성을 느끼게 되면서 약해지고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이 시기의 남성은 사실 축복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약해졌다는 인식의 틀을 깨야 한다. 오히려 없었던 감성적 매력이 생기게 돼 인생의 균형감각이 잡히고 자신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남성 40대이기 때문이다.


■ 남성의전화 이옥 소장은 상담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0대 남성에 대해 "40대에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과거의 인식이 요즘은 30대로 빨라지면서 40대 남성의 위축과 고통이 증가됐다"고 지적한다. 30대에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이뤄지지 않으면 40대에 들어서면서 가족들한테 무시-소외당하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가장의 권위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긴 하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는 큰 힘을 발휘한다고 조언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기도 하며 아내의 늦은 귀가 시간 등으로 갈등을 빚기도 하는 남성들. 그러나 남성들도 아내의 상황을 '수용'하고 '배려'해야만 가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


한양대학교 신경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40대 남성은 가장 액티브한 시기인 만큼 정점에서 아래로 내려갈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퇴직이나 이직, 그리고 지위가 다른 사람에게 넘겨지는 것 등에 대한 준비다. 또한 사회적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과거를 뒤로 하고 여지껏 소홀히 한 가정, 건강, 취미 등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챙기는 자세도 필요하다.

/ 민진기기자 jk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