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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가출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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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성의전화
댓글 0건 조회 7,748회 작성일 03-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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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가출의 그늘

그대 가출을 꿈꾸고 있는가

지난해 6만 3370명 중 성인이 72% '10대 전유물 옛말' … 가정불화·빚 독촉·자아실현 등 이유도 가지가지

”저는 새장에 갇힌 새였습니다. 훨훨 날고 싶어서 집을 나왔습니다.”

주부 김희순씨(36·가명)는 6월 초 가출해 열흘 동안 충남의 한 공동체 마을에 머물렀다. 결혼 후 10년 동안 시어머니, 시누이와 함께 살면서 겪은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디다 못해 정신병원 신세까지 진 후였다.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두 딸을 둔 김씨는 “이제는 시골에 집을 얻어 딸들과 함께 살며 남편과는 주말부부로 지낼 것”이라며 “시집살이 기간은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에서의 이민생활 같았다. 다시는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2001년 결혼한 박영호씨(32·가명)는 멋모르고 쓴 카드빚이 8000만원을 넘어서자 지난해 겨울 임신중인 아내를 처갓집에 보낸 후 집을 나왔다.

3000만원짜리 전세방을 빼서 빚을 일부 갚은 후 ‘도망자’ 신세가 된 그가 살고 있는 곳은 그의 티코 승용차 안. 연락처도 없이 지내며 계속 도망다녀야 하는 그는 현재 디스크를 앓고 있다.

30대 후반의 회사원 임영철씨(가명)는 회사 앞 고시원에서 살았던 경우다. 결혼 후부터 계속된 처가와 본가의 갈등에 진력이 난 그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 술 먹고 늦게 귀가하고, 그 때문에 아내와 다투고 또 술을 먹는 생활을 반복하다 무작정 집을 나와 회사 근처의 고시원에 방을 잡았다.

“아내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생활까지 자유로워지니 마음이 편했다”던 그의 ‘도피’ 생활은 그러나 두어 달 만에 아내에게 들켜 끝이 났다.

지금 임씨는 다시 집에 들어가 있는 상태. 그러나 그는 “가출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솔직히 언제든 다시 가출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집 나가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가출한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보다 집 나간 부모를 애타게 기다리는 청소년들이 세 배 이상 많은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유도 카드빚 독촉 등 경제적인 것에서부터 가정폭력, 자아실현 욕구까지 다양하다. 그냥 이것저것 다 싫고 귀찮아서 나간다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 직업별로는 무직자·주부·회사원 順


성인가출이 늘고 있지만, 집 나간 어른들의 삶은 편안하지 않다. 가출 여성들은 노래방 도우미로 취직해 노래를 불러주고 술시중을 들며 생활을 꾸려나가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출자의 70% 이상이 20세 이상 성인들이며, 특히 30대가 다수를 차지했다.

2002년 전체 가출자 6만3370명 중 20세 이상 성인이 4만5634명으로 72%를 차지, 10대 청소년 가출(1만4865명)에 비해 세 배 이상 많았다.

성인가출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1998년 2만5170명이던 것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전체 가출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3%에서 72%로 높아졌다.

가출동기는 부부싸움 등으로 인한 가정불화가 1만869명으로 가장 많았고, 불륜 등 남녀관계(2093명), 정신질환(1787명), 배우자의 무책임(1597명), 가난(1196명)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만4582명(31%)으로 가장 많았고 20대(1만3058명), 40대(9915명)가 뒤를 이었다. 직업별로는 무직자(1만3533명), 주부(1만2286명), 회사원(3655명) 순이었다.

특히 가출한 뒤 끝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은 미귀가자는 1만6881명으로 1년 전(1만912명)보다 6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올 들어 5월31일까지 경찰에 신고된 성인가출자만 1만9931명. 하지만 이 수치도 모든 가출자를 포함한 것은 아니다.

경찰 집계는 적극적으로 가출자를 찾으려는 가족들의 신고 건수만 더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드빚이나 가정불화 등으로 가족이 가출한 경우 대부분 신고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가출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이에 대해 “요즘은 가출이 유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가출자들은 수천만원씩 카드빚을 지고도 시치미를 떼고 있다가 차압이 들어오기 직전 가출해버려 남은 가족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한다.

신용불량자가 됐던 경험이 있는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는 “우리 사회는 카드빚 채무자들에게 빚을 갚을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빨리 빚을 갚으라고 강요만 하고 있다.

결국 자포자기한 이들이 자살하거나 노숙, 가출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며 “가정 해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부조리한 사회”라고 꼬집었다.

(주간동아기사 2003년 07월 03일 정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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