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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별거 '무늬만 부부'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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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혼 전화
댓글 0건 조회 18,552회 작성일 02-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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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지붕 별거 '무늬만 부부' 는다 -

이혼은 부담 커 피하고 사실상 남남 생활…

대화 단절이 주원인에 실직 등 경제여건도 한몫

"만일 이혼해서 편안하게 살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이혼하고 싶다. 요즘 남편과는 싸움도 잘 안 한다. 말을 거의 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남편 세탁과 아침은 챙겨준다.
때로는 '내가 죽으면 편안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지만 '내가 죽으면 누구 좋으라고… '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살고 있다."

결혼한 지 15년이 되는 주부 김모(46세 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사업하는 남편 박모(50)씨와의 사이에 중학생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그러나 남편 박씨의 잦은 외박(外泊)과 무관심으로 수년 전부터 사실상 남남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이혼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성(性)관계를 갖지 않은지 오래됐지만 생활비는 박씨가 꼬박꼬박 대며 집안의 대소사에는 부부가 함께 참석한다.

아들과 두 딸을 모두 결혼시키고 내외끼리 살고 있는 김모(62세 서울 강남구 삼성동)씨와
이모(60)씨 부부도 비슷한 사정이다. 부인 이씨는 "밥을 먹어도 남편이 먼저 먹거나 내가 먼저 먹거나 해서 거의 따로 먹는다. 식탁에서 같이 먹더라도 TV 보면서 묵묵히 밥만 먹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는 각자 알아서 해결한다. 남편은 자격증을 빌려주고 회사에 1주일에 몇 번 정도 나가서 거기서 받는 돈으로 해결하고, 나는 가게 임대수입 등으로 그럭저럭 꾸려 간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가끔 아들 딸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오면 같이 외식하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그들이 가고 둘만 남으면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따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딸은 알고 있지만 오히려 엄마가 마음 편한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단다.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남남인 상태로 살아가는 '한 지붕, 별거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늬만 부부'인 이들은 심리 정서적으로는 이미 남남인 상태. 하지만 이혼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편함과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법적인 혼인 상태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족 해체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사실상 이혼' 부부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가족학회 이동원(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회장은 "지난 5월 전국 기혼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었으며 실제로 6회 이상 이혼 직전까지 갔다는 응답도 23%나 됐다.

이런 조사들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전체 부부의 5% 정도는 '무늬만 부부' 족(族)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전체 부부의 5% 정도가 가슴앓이

실제로 남성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남성의 전화'에는 이런 부부에 관한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11월 초 이곳으로 전화를 건 이모(42)씨는 흐느끼며 "1년째 이혼해 달라는 아내와 억지로 살고 있다"고 했다.
작년 자신의 실직 후 아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부간의 대화도 귀찮아하더니 결국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가 둘이다. 바람난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남편이라는 소문이 두려워 이혼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은 "명예퇴직, 실직 등이 크게 늘어나면서 아내의 이혼 요구를 받고 이런 고민을 하는 남성들의 상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아이 들은 아내가 생활전선에 뛰어든 이후 사이가 벌어져 이혼 요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게 된 아내는 남편을 다른 남성들과 비교하게 되며 남편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해 부부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이혼으로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혼을 거부한다고 한다.
그러나 각 방을 쓰는 등 부부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남성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최근 가정문제를 상담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주부들의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예를 들면 이혼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는 '디볼스넷"에는 '남편에게서 세 번이나 다른 여자의 그림자를 보았다.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았지만 이미 마음으로 그와 이혼했다. 아마 언젠가 힘을 키워 이혼하려고 그와 사나 보다'(제목 '마음의 이혼')는 글이 올라 있다.

또 다른 주부는 '이건 사는 게 아니다'는 글에서 '어젠 일요일이라 하루종일 얼굴 맞대는 게 싫어서 남편은 TV 앞에, 난 안방 침대 위에, 그리고 아이는 혼자서 놀고…. 이제 지칠 때까지, 아니 갈 데까지 다 간 것 같다.

이혼을 하면 낙오된 느낌이 들어서일까'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동원 회장은 "이런 부부들은 교육 정도가 높고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류층 이상에서 더 많다.

평상시 가정에서 호령하는 남편이 어느 순간 사회적 힘이 꺾일 때 참고만 살았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반격으로 촉발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이 경우 남편은 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나 자녀의 장래, 사회적 체면 등 이혼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법적인 이혼'보다 '사실상의 이혼'을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재혼을 통한 나은 미래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늬만 부부'로 전락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부부간의 대화 단절을 꼽는다.

한국가족문화연구소 유영주(경희대 생활과학부 교수) 소장은 "부부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수단이 대화인데, 대화가 단절됨으로써 각종 문제나 불만이 해결되지 않고 누적됐다가 폭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디볼스넷'에 올려진 한 주부의 글이다.

'이젠 한 지붕 아래 한 공간에서 남편과 함께 있다는 사실로도 숨이 막히고 소름이 끼친다.

결혼한 지 5년. 남편은 심할 정도로 말수가 적었고 너무도 무관심했다. 내가 말을 시키지 않으면 한마디도 안 할 정도였고 내가 머리를 자르든 뭘 하든 관심도 없고 그저 TV 보거나 자기 방에서 혼자 책 보다가 그냥 잠이나 자고…. 신혼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이런 모습이었다.
내가 하도 답답해 우리 대화 좀 하며 살자고 하면 그냥 살면 되지 할 얘기가 뭐 있느냐며 묵살해 버린다.'(제목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더 살아야 하나요')

'사랑의 전화'가 운영하는 상담 사이트 '카운셀에서 결혼한 지 5년 됐다는 한 주부는 '아주 짜증이 나서 못살겠다.
남편이 집에만 오면 그저 TV만 보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상담을 신청했다.

다른 주부는 '남편은 경상도 사람이다. 월급도 제때 가져오고 폭력도 쓰지 않고 여자문제도 없다.
하지만 너무 말이 없어 하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칠 때가 많다'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유영주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부부도 대등한 관계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부부에게서 대화 단절이 나타나기 쉽다.
특히 남성의 경우 최근 직장, 사회생활의 각박함이 심화되면서 귀가하면 쉬고 싶다는 욕구가 이전보다 더 강해져 대화를 기피하는 경향도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면 심리, 정서적 유대가 약화돼 결국 부부 단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성적 단절이 부부 단절로 이어지기도

단절된 부부들은 대화의 단절뿐 아니라 성적(性的) 관계의 단절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운셀 24'에서 한 주부는 '결혼한 지 3년 된 주부인데 거의 대화가 없고 집에서 남남처럼 지낸다.
부부생활도 거의 하지 않는다. 남편의 유일한 관심사는 돈 버는 일이다. 이 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주부는 '성(性)에도, 집안 일에도 무심하고 말조차 하지 않는 남편…. 분가(分家)했는 데도 달라지지 않는다. 요즘은 이혼을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디볼스넷'에서 한 주부는 '남편은 한번도 직업이나 경제적인 문제 또는 여자문제로 속을 썩여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결혼 10년 동안 단 한번도 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챙겨 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생일이 싫고 눈물이 난다. 우리 부부는 성 관계도 거의 없어 아마 보통 여자 같으면 이 문제만으로도 이혼하자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다른 남자를 사귀어 볼까도 생각해 봤다'고 털어놨다.

물론 성적 단절이 원인이 돼 부부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 클리닉이나 성상담소에는 부부간의 '횟수'에 불만을 가진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
한 성 클리닉을 찾은 주부 최모(42)씨는 대학교수인 남편과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남편은 다른 남자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자상하며 주말에는 외식이나 드라이브를 한다.
친구들로부터도 "남편 복은 타고났다"는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성 관계를 가진 지 2년이 지나 요즘 우울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이런 생활을 지속할 자신이 없다"는 게 최씨의 푸념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6월 인터넷으로 20~50대 기혼 남녀 각각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특별한 사유 없이 한달 이상 성 관계를 갖지 않는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28%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현대사회에서 섹스리스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우리 나라도 섹스리스의 비율이 이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공간적으로 떨어져 지내는 주말부부, 국내외로 떨어져 지내는 부부 등도 심리 정서적 유대가 약화되면 부부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 김창기 주간조선 2001.11.22 )


* 이혼상담소.com / 이혼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