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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눈물 쏟으며 상담실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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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성의전화 작성일10-10-18 16:45 조회10,6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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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울보 40대 남성 - 눈물 쏟으며 상담실 노크…40대가 과반
• 박세미 기자

'한국 남성의 전화' 르포아내가 바람 피워서…이혼하자는데 어떻게 하나…회사선 위태위태, 집에선 찬밥…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73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 남성의 전화’ 사무실.  40대 중반의 한 남자가 빼꼼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남자는 약간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여러 번 빨아 입어 색이 바랜 녹색 티셔츠, 낡은 남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다른 또래 직장인들은 한창 일할 시간이었지만 남자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남자가 어색한지 주변을 쭈뼛쭈뼛 둘러보자 기다리던 이옥이(59) ‘한국 남성의 전화’ 소장이 다가갔다. “김철현(가명)씨군요. 잘 오셨어요.”

 ▲ ‘한국 남성의 전화’를 찾은 한 중년 남성이 이옥이 소장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있다.
    photo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원만한 부부관계, 불만 없어 보였던 아내“돈 번다고 나 무시했다” 갑자기 이혼 요구
이 소장과 마주한 자리에서 김철현씨는 눈물을 보였다. 두 눈에 그렁그렁 맺힌, 아래로 흐르는 걸 억지로 참고 있는 눈물이었다. 김씨는 이 소장과 단둘이 마주한 자리에서 지난 1년간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쏟아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김씨는 어엿한 개인사업자였다고 했다.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 덕분에 가족들과 해외여행도 곧잘 다녔다. 아내와의 사이도 원만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아내와의 사이도 원만했다’고 김씨 스스로 생각했다. 아내는 결혼생활 중 단 한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았다. 자신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아내가 자신에게 고마워하고 있으리라고 김씨는 굳게 믿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몰아 닥치면서 김씨의 사업은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김씨는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자금을 마련했고, 마지막 수단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내놓기로 했다. 아내 명의로 해놓은 집이기에 아내 의견이 필요했다. 아내도 그러자고 선뜻 동의했다. 그런데 김씨가 집을 팔고 계약금을 받자 갑자기 아내의 태도가 돌변했다. 아내는 느닷없이 김씨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꺼냈다.
김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까지 이혼 기색을 내비친 적이 없었던 아내였다. “무슨 소리냐”고 묻자 아내는 “더 이상 당신과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내는 “그동안 당신이 돈 좀 번다고 날 무시했던 것 때문에 평소 내가 갖고 있던 불만이 정말 컸다”며 “잔금을 다 받고 나면 돈을 반반 나눠서 각자 제 갈 길 가자”고 말했다. 아이들도 데려가겠다고 했다. 부부 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김씨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김씨는 이옥이 소장에게 “난 아내와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어떻게 하면 아내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어깨를 들썩였다. 이 소장은 “아내가 왜 본인에게 불만을 갖게 됐는지 잘 생각해보고 아내가 섭섭해하는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김씨에게 ‘남편들을 위한 집단프로그램’ 참여를 권하고, 가능하면 아내를 설득해 ‘부부상담 집단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 해 보라고 했다. 이 소장은 “최종 잔금을 받을 때까진 3개월이나 남은 거 아니냐”며 “그 동안 가족들이 무얼 원했는지 깨닫고 태도를 바꾸면 아내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김씨를 위로했다.
 
‘한국 남성의 전화’ 설립 14년째 무료상담&nbsp;전화 연 3000건… 방문자도 하루 5~7건
사단법인 ‘한국 남성의 전화’. 지난 1995년 설립된 이곳은 한국 남성들의 고민과 불만을 접수하고 상담해주는 곳이다. 설립 14년째를 맞은 지금까지 모두 3만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했다. 현재도 연간 3000여건의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평균 5~7건의 방문상담과 10여통의 전화상담이 접수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상담원은 모두 3명. ‘한국 남성들의 눈물’에 귀 기울여주는 이들 상담원은 공교롭게도 30~50대 ‘여성’이다. 아내나 가족과의 관계로&nbsp; 힘들어하는 남성들을 위로하려면 여성 상담원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의 전화’는 이옥이 소장의 20년 상담 인생이 느낀 ‘남성 상담의 절실한 필요’ 때문에 만들어졌다. 교회에서 상담 봉사활동을 하던 이 소장은 1990년 ‘가족상담센터’를 세워 본격적인 부부 상담에 나섰다. 이곳에서 이 소장은 부부 문제와 가족 문제를 의논하러 온 상담자의 60%가 남자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훨씬 더 쉽게 상처받고 예민하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고 했다. 이 소장에게 상담을 하러 온 남성들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를 밖에다 얘기하기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고, 이 때문에 상처가 더 깊게 곪아 있었다.
이 소장은 ‘남자들을 이대로 둬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한국 남성의 전화’를 설립했다. 내심 ‘남자들이 얼마나 상담 받으러 오겠어…’라 생각했지만 설립 직후 1년 동안 무려 2000여명의 남성이 이곳에 상담받았다. 이 소장은 전화상담을 면담상담으로까지 확대하고 ‘남편들을 위한 집단프로그램’과 ‘부부 집단프로그램’ ‘아버지교실’ 등 상담·치유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상담을 받으러온 남성과 그 아내를 위해 총 12~15회 과정으로 운영했다. 전화·면담상담과 프로그램 참여는 모두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1997년 IMF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국 남성의 전화’의 수요도 함께 폭발했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아내에게서 이혼당한 남성, 경제력이 없다고 집에서 쫓겨난 남성, 가족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남성 등 수많은 이 땅의 중년 남성들이 눈물 고인 얼굴로 ‘한국 남성의 전화’를 찾았다. 처음엔 “사무실에서 누가 들을까 창피하다”며 점심시간을 틈타 조심스레 공중전화에서 얘기하던 남자들도 점점 솔직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IMF 전후로 남성들에게 새로운 고통도 찾아왔다. 남자들이 경제력을 상실하고 여자들이 생활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전에 없던 ‘아내의 외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외도’ ‘바람’이 남성들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남편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이들은 매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남자들과 어울리다 늦게 들어오는 아내 때문에 속을 끓였고 이런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다 결국 버림받았다. 자식들도 더이상 ‘못난’ 아버지에게 말을 붙이지 않았다. 결국 남성들은 눈물바람으로 ‘한국 남성의 전화’의 문을 두드렸다.
 
    ▲ 협의이혼 절차를 밟기 위해 가정법원을 찾은 부부들. photo 조선일보 DB

    40대 50%, 30대 30%, 50대 20%… 젊은층 늘어    외도 등 부부문제가 대부분… 매맞는 남편도
‘한국 남성의 전화’를 찾는 이들 가운데 50% 이상은 40대다. 그 뒤를 30대(약 30%), 50대(약 20%)가 잇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50대 남성이 2위를 차지했는데 최근 30대 남성들의 고민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젊은 아내의 이혼 요구가 잦아지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젊은층에까지 내려오면서 ‘위기’를 맞는 연령층도 대폭 내려간 것이다. 하지만 그중 ‘40대’는 가장 눈물 많고 고민 많은 ‘확고한 1위’ 연령층이라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40대란 나이는 참 묘합니다. ‘경계선’에 가장 가까이 있는 나이거든요. 40대면 사실 직장에서 제일 불안정한 때죠. 위로 더 진급하느냐 아니면 밖으로 아예 나가느냐.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안정하다 보니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가족들에게서 점점 멀어지죠.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 40대 남자는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마지막’ 연령층이에요. 평소 아내의 소망이나 힘든 점은 나 몰라라 외면하다가, 정작 자기가 힘들고 가족이 필요할 때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도 없는 거죠. 아내가 남편을 무시하니 아이들도 아빠를 무시하고, 전 가족한테서 따돌림 당하고, 이를 참지 못했다 이혼으로 번지고…. 결국 혼자 고립되는 거예요.”
통념과 달리 이 소장은 “남자들의 고민은 대부분 가족과의 불화에서 온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받는 업무 스트레스가 가정으로 옮겨오면서 부부 갈등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한국 남성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 통계를 보면 전체 1790건 가운데 70%는 아내의 이혼 요구와 아내의 외도 등 ‘부부·가족문제’로부터 온 고민이었다. 아내의 이혼 요구로 고통 받는 남편이 6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내에게서 매를 맞는 남성도 전체의 10%에 달했다.
 
▲ 중년 남성들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자녀 때문에 더 큰 소외감을 느낀다. photo 조선일보 DB

  고민 털어놓을 곳도 없어… 여성보다 약자  “평소 가족과 대화 많이 해야 왕따 안 당해”
이 소장은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더 ‘약자’”라고 말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주변 친구들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그런 ‘소통의 통로’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가족 문제나 부부 문제는 ‘남자들 세계’에서 일종의 ‘금기어’이기 때문에 갈등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남자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또 경제력이 떨어진 뒤 여성들은 여전히 당당하게 살 수 있지만 남성들은 그야말로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한다고 했다. 배우자의 외도를 경험한 후 큰 상처를 받는 것도 여자가 아닌 남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울고 있는 우리나라 40대 남성들에게 이 소장은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이 소장은 “상투적인 말 같지만 평소 아내·아이들과 대화를 자주 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이 이걸 너무 못해 힘들고 외로운 시기를 자꾸 자초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연애할 때처럼 뭔가 대단하게 아내에게 하라는 게 아니다”며 “아내와 자식들에게 조금만 따뜻하게 대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그 어떤 가족도 자기 집 가장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상담소에 오는 분들 얘기는 대개 비슷해요. ‘내가 그동안 누굴 위해서 일했는데 아내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나’ ‘자식들이 이젠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대화를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가족들이 이젠 내게 밥 먹자는 소리도 안 한다’… 다들 외롭다고 얘기하지만 이런 문제는 ‘부부 간 대화’와 ‘가족 간 대화’로 모두 해결할 수 있어요. 우리 상담소에 찾아오는 분들은 ‘중년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려고 하는 분들이지만 뒤에서 남 몰래 울고 있는 중년 남성분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40대 남자분들도 이젠 혼자 가슴앓이 하지 마시고 아내 그리고 아이들과 시간을 내서 함께 대화해보세요.”&nbsp;&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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