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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전화` 상담센터장 이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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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성의전화
댓글 0건 조회 5,442회 작성일 0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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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초대석>`한국 남성의 전화`소장 이옥이 최근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부인에 의한 남편 폭행’사건이 지난해 347건을 기록, 전년대비 59%나 늘었다. 얼마 전 노동부는 99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후 처음으로 여성에 의한 남성 성희롱을 인정했다. 조기퇴직이 일반화하면서 끔찍한 ‘황혼이혼’ 가능성을 상상하며 몸서리쳐보지 않은 중년남성이 얼마나 될까. ‘권위적인 남편’과 ‘복종하는 아내’라는 고전적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빛이 바랬지만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몰락’은 밑바닥부터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옥(52·여)소장이 95년 5월부터 운영중인 ‘한국 남성의 전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핍박받는’ 남성들의 말벗이 돼주는 곳이다. 19일 오후 서울 목동 사무실에서 이 소장을 만났다. # 상담원들은 모두 여자 ― 외람 된 질문부터. 남성의 전화를 요즘 흔한 ‘남성 전화 방’으로 착각하고 전화하는 사람은 없습니까. “가끔 있습니다. 전화번호안내에서도 그런 곳을 찾는 사람들을 이곳으로 잘못 돌리기도 하고요. 그러나 그런 경우는 아주 적고 대부분 진지하게 자신의 문제를 갖고 찾습니다. 지난 7년간 매일 평균 수십 여 통씩 전화를 받았는데 대부분 고민 끝에 전화한 분들이지요. 뒤집어보면 남성전화방도 그들의 질곡의 하나지요.” ― 여성으로서 남성의 전화를 개설한 것도 특이합니다. “전에도 가정문제와 이혼 상담을 오래 일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의 어려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는데 아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상담원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현실 여건상 자원봉사자로 운용되기 때문에 남성은 어렵기도 하고 여성이 남성의 상담엔 더 제격입니다.” # 폭력 메커니즘엔 남녀차이 없다 ― 실제 매맞는 남편의 상담이 많습니까. “지난 2년간 200여건 됩니다. 거의 대부분 육체적으로 맞는 경우지만 정신적 폭력까지 꼽으면 훨씬 많겠지요.” ― 왜 때린답니까. 남자도 문제가 있겠지요. “본질적으로 남편이 부인에게 가하는 폭력과 똑같습니다. 매맞는 주부들도 대개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남성의 정신적 결함이 가정폭력의 원인이듯 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매맞는 남편은 가정이나 직장에 상당히 충실한 편입니다. 다만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 어떻게 때립니까. 또 어떤 여자들입니까. “집기를 던지고 칼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할퀴는 경우는 아주 흔하고요. 칼에 베이거나 발에 깁스를 하고 찾아오는 남편도 있습니다. 폭력여성의 경우 대외적으로 활동적이고 적극적이어서 평판이 괜찮은 사람도 많습니다. 다만 어릴 때 가정폭력을 당하고 자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폭력의 악순환이란 측면에서도 남녀 폭력엔 차이가 없지요.” # 가정을 지키려는 남자들 ― 남자들은 이혼한다든지 대응을 안 합니까. “우리 주부들이 남편에게 맞으면서도 아이들 때문에 그냥 버티잖아요. 매맞는 남편들도 마찬가지예요. 거기에다 직장생활에 지장이 오거나 사회적으로 명예가 실추될까봐 이혼을 주저하게 되지요.” ― 상담할 때 어떻게 조언해 줍니까. “몇 년간 참다못해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갈등이 심각한 경우는 이혼을 위한 법률상담을 해주지만 대개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이혼하겠다고 물러서지요. 남편들의 성격이 소극적이라 결단을 못 내리고 여성보다 더 이혼을 어려워합니다. 경찰에 신고한 남편도 있는데 되레 ‘못난 사람’ 취급만 받았다고 하소연합니다. 남성의 전화에선 ‘매맞는 남편들의 모임’을 운영하는데 매월 10여명씩 모여 집단상담을 받습니다.” # 쟤는 내 남자야 ― 여성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고민하는 남성들 상담도 있다던데요. “노동부가 여성의 성희롱을 공식 인정하기 전부터 그런 상담은 적지만 꾸준히 있었습니다. 대개는 직장에서 연상의 여성상사에 의한 것들입니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상황에서 상사의 뜻을 거스르는게 쉽지 않겠지요.” - 어떻게 상담합니까. “직장을 그만두도록 권합니다. 새 직장을 알선해준 적도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요. 사장인 남성을 유부녀 여직원이 유혹해 지속적인 성 관계를 요구했던 것이지요. 이 경우엔 해고를 권했습니다.” # 채팅하는 아내, 불안한 남편 ― 근래에는 주부의 인터넷 채팅과 관련된 상담이 많다던데요. “재작년부터 크게 늘었습니다. 채팅하는 주부들은 대개 대인관계가 드문 내성적인 여성들입니다. 스트레스도 해소되지만 남편하고 하지 못했던 대화를 하면서 그 매력에 빠져듭니다. 채팅을 하다 보면 대부분 전화통화를 하고, 만나서 불륜의 관계로까지 발전합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미혼 연하남성이 많아 직업도 변변치 못합니다. 부인들이 남편 몰래 카드를 쓰고 돈도 빌려주고, 남편이 알게 되면 대개 가출해 이혼을 요구합니다. 여성도 그 결말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이혼 당하면 끝장, 변해야 산다 ― 황혼이혼, 퇴직이혼이란 말이 유행입니다만. “40∼50대 실직이나 퇴직이 늘면서, 여성이 평생 지녔던 불만이, 남편의 경제적 비전이 없어졌을 때 일방적인 이혼 요구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혼을 안 해 주면 아내가 남편에게 나가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91년부터 이혼 시 재산분할이 법제화되면서 이제 ‘황혼 이혼’도 우리사회의 한 풍속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 남성의 전화를 운영하다 보니 남성들 입장만 옹호하는 건 아닌가요. “물론 남성의 책임도 크지요. 남편들은 그저 직장생활이나 잘하고 성실히 살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막연한 생각들을 하거든요. 남성의 의식에는 점진적인 변화가 있다고 보지만 아직도 가부장적 고정관념의 틀에서 허우적대는 고지식한 사람도 많아요. 외도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편과는 대화가 안 된다는 얘기들을 대부분 하지요. 부인과 대화 시간을 늘리고 공통의 화제나 취미를 갖는데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없으면 ‘남성의 몰락’은 막기 어렵습니다.” 문화일보 2002.04.20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