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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시대 전문가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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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혼 전화 작성일02-07-10 00:00 조회4,1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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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시대 전문가 토론 -

[부부가 흔들린다] 전문가 토론/ “최선의 선택인가”

"당당하게 ‘나 이혼했어’… 아이들만 피눈물"

가족주의 가치관 사라진 탓… 남편들 관심 늘려야

‘검은머리가 파뿌리 되도록...’은 이제 한물간 구호인가.

한해 이혼 12만쌍, 이혼 자녀 10만명, 전체 결혼 중 재혼 비율 18% 결혼, 가족의 전통적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당당하게 이혼하고 떳떳하게 재혼한다는 풍조가 일면서 생긴 현상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조선일보 편집국에 모여 한국사회가 맞이한 "이혼 시대’의 배경과 현실, 앞으로의 전망, 대책 등에 대해 토론했다.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유도하기 위해 좌담 내용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 편집자 )

◇토론 참가자

이 옥 ‘한국 남성의 전화’이혼상담 소장
이명숙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
김현수 ‘사는 기쁨 정신과 의원’원장
박예랑 드라마 ‘마지막 전쟁’‘여자만세’작가
김정현 소설 ‘아버지’‘어머니’의 작가
이광연 재혼전문 인터넷 사이트‘리메리’대표
형남규 결혼정보회사 ‘듀오’상담관리 차장
남기주·허수경 이혼남녀 인터넷 모임 ‘쏠로 닷컴’ 대표


= 한국에서 직장 그만둔 40대 남자는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 실직한 남편은 이혼까지 당하 는 경우가 많다. 아내나 자식들은 처음에는 잘 해 주다가 점점 무시한다. 퇴직금 타면 아 내가 기다렸다는 듯 “내 몫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 단순히 실직 때문에 이혼하나. 그 동안 쌓였던 문제가 남편의 실직을 계기로 드러나는 것 일 뿐이다. IMF 외환위기가 느슨히 결속돼 있던 한국 가정에 직격탄을 날렸다.

= 과거에는 월급봉투를 가져오는 것이 남편이란 역할의 전부였다. 요즘엔 그것 만으론 가족 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아내가 뭘 생각하고 자녀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엄마가 “피자 먹으러 가자”고 하고, 아빠가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하면 아이들은 즉각 피자 를 택한다.

= 50~60대 아내들은 남편이 돈만 벌어오면 외박하고 외도해도 양해해 줬다. 하지만 이제 어 디 그런가. 여성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남자들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다. 여성들은 남편에게 관심과 애정을 요구한다. “등 돌리고 잠자는 남편이 너무 싫어
이혼했다”는 여자도 봤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남성에게 눈을 돌릴 기회도 늘었다. 남편에게 느끼지 못한 다정함을 느끼면 본의 아니게 외도가 시작된 다.

= 그렇지만 남녀 모두 너무 쉽게 외도를 한다. 성 개방도 문제다.

= 가족주의적인 가치관이 없어진 것이다. 가훈 있는 집을 찾기 힘들다.

= 일하는 여성들은 집안 일을 돕지 않는 남편을 인정하지 않는다. 교사 부부가 이혼했다. 부인이 “똑같이 일하고 퇴근하는데 남편은 TV보고 나는 설거지하는 게 화났다”고 했 다.

=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서 ‘이혼녀’라고 눈총 받지도 않고 먹고 살 길도 있다. 외국처럼 당당하게 “나 이혼했다”고 말하고, 심상하게 듣는 사회는 아니지만, 특별한 사유는 없더 라도 “같이 못 살겠다”고 하면 허용하는 분위기다.

= 전체 이혼의 3분의 2가 합의 이혼이다. 그래도 이혼 사유 중 주류는 아직도 폭력과 외도, 경제적인 문제 등 " 전통적인’것들이다.

= 아내와 남편이 서로 다른 방에서 드라마를 보며 가슴 절절해 했다. 중년 남성들은 유부남 과 젊은 여성의 불륜을 그린 ‘푸른 안개’ 보며 애를 태웠고 중년 여성들은 ‘아줌마’ 를 보며 “죽어라 살림하면서도 무시만 당하는 주부를 이혼 시켜라”라고 외쳤다. 이혼 후 오히려 주가가 엄청나게 뛴 여배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 이혼은 결코 최선이 아니다. 최악을 막는 차선일 뿐이다. 그러나 소송까지 오는 이혼 부 부들에겐 다 나름대로 절박한 사연이 있다.

=“사랑이 없으면 언제든지 헤어진다”라는 게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합리적인 결혼관’ 이다.

= 이혼 과정이 너무 쉽지 않나. 판사는 이혼 할 때 딱 세 가지 묻는다. “부부냐”, “이혼 하겠냐”, “아이는 누가 맡는가”가 전부다.

= 이혼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다. 결혼할 때 상대방 배우자의 부모가 “사별한 집은 몰라도 이혼한 집 자식은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 어떻게 보면 맨 날 싸우며 사는 것보다는 이혼하는 게 낫다. 미국은 이혼율은 높지만, 자 식이 친부모를 만날 권리가 보장된다. 한국 부모들은 애들이 전 배우자를 만나지 못 하게 한다. 결국 아이는 떨어져 하는 엄마나 아빠를 몰래 만나러 다닌다.

= 이혼 가정 자녀들은 취직할 때도 신원 보증, 면접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쉽다.

= 부모가 서로 애를 안 맡겠다고 하자 답답해진 판사가 애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부모라는 사람들이 애를 데려와 법원에 그냥 두고 갔다.

= 한국에서는 판사가 아이에게 사무적으로 “누구를 따라가겠냐”고 묻거나, 딱 10분 면담 한 뒤 아이 거취를 결정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외국에선 전문가가 장기적으로 아이를 관 찰하고, 상담한다.

= 할머니가 이혼한 자녀의 자식을 기르는 경우도 많다. 시어머니가 이혼한 아들과 며느리를 상대로 손주들 양육비 청구 소송을 낸 적도 있다. 아들, 며느리가 애들을 맡긴 다음 나 몰 라라 했다.

= 핵가족 시대라 친척도 아이들을 잘 맡아주지 않는다. 보육원 가는 ‘이혼 고아’가 이래 서 나온다.

= 가정이 서구형으로 변하고 있다. 가정과 가족의 변화는 이미 막을 수 없는 큰 물줄기가 됐다. 제도만 바꿔서는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일단 가정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 결혼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행복한 결혼을 본 적 없다”는 게 이유라고 하더 라.

= 미국 통계에 따르면, 초혼 이혼율은 40%, 재혼 이혼율 70%다. 우리도 비슷할 것이다. ‘혼수 준비’하면 보통 가전제품만 생각한다.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선 결혼이 무엇인지 미리 배워야 한다.

= 동거도 공공연해졌다. 전문직 종사자 중에도 상당히 많다.

= 고부 갈등이 옛날보다 더 많아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 여성들은 참지 않는다. 아이 들도 옛날 같지 않다. 부모가 자꾸 싸우자, 초등학생 아들이 “지겨우니 차라리 이혼 하 라”고 요구하는 것도 봤다.

= 양육비 부담을 의무적으로 강제하고, 면접교섭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실 정법에 양육비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 나라 이혼 부부는 헤어지 면 원수가 된다. 그러나 외국처럼 이혼하고 나서 친구처럼 지내는 이혼 부부도 드물지만 있다.

=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는 헤어졌지만, 너희 탓이 아니고 너희들과의 관계도 변하지 않 는다”고 말해줘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재혼 부부가 만드는 ‘혼합 가정’이 잘 되 야 한다. 각자 데려 온 자녀를 상대방이 홀대할까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면 재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옛날 아빠, 옛날 엄마를 어떤 규칙으로 만나야 하는지 등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정해야 한다.

=‘당당한 이혼’은 있지만, 처음부터 ‘당당한 이혼 생활’은 없다. 남이 자기 자식을 보 고 “쟤네 부모 이혼했으니 쟤랑 놀지 마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비참해진다. 처음 엔 전 배우자에 대한 분노 때문에 해방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외로움, 좌절감에 시 달리는 사람이 많다.

= 요즘엔 이혼했다고 주변에 당당하게 ‘커밍 아웃’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대기업에서 는 말을 못하지만, 가족적인 직장에선 자연스럽게 털어놓는다.

= 기왕 이혼한 사람이라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인터넷이나 PC통신, 취미생활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들을 많이 봤 다.

= 호주제를 폐지해야 한다. 재혼가정에서 아빠와 애가 성이 다르면 아이가 상처를 많이 받 는다. 재혼 부부들이 애를 열심히 키우고 싶어도, 사회가 막는다.

=‘결손가정’이라는 말 대신 ‘한 부모 가정’이라고 불러달라.

= 이혼은 결혼의 실패다. 인생의 실패가 아니다. 이혼하면 3년은 지나야 자신의 잘못도
객관적으로 보인다. 서두르면 또 실패한다. 우리 나라는 이혼한 사람이 재혼하는 기간이 평균 2년 정도다.

= 우리 사회는 아직도 모든 사람을 ‘미혼’과 "기혼’으로만 양분한다. 우리 사회가 이혼한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혼을 줄일 해법 찾기는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조선일보 기사 (200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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